왕의 귀환 - Ahn, The Fantasy Star

이런 부류의 플레이어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얼른 기억해내려 애써도 딱히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내가 가진 지식의 편협함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이런 선수 아시아에서도 찾기 힘들다.

테크닉과 시야, 좌우 발을 가리지 않는 강슛, 슛팅센스 어느 면에 있어서도 모자람 없는 수준을 지닌 플레이어.
한국이 배출해낸 유일한 판타지스타. 안정환이다.

<대우로얄즈 시절의 안정환, 최초의 비우승팀 출신 MVP다> 


76년생으로 축구선수에 있어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셈이다. 이런 노장선수에게 "귀환"이니하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일지 모른다. 최근까지의 그의 행보는 지난날 그의 명성에 비추어 볼때 실망스러운 것이었으며, 모두들 그를 기억에서 멀리하게 만들었다. 올시즌 부산으로의 이적도 그의 "야심"이나 "충성"이 아닌 "부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부산에서 판타지스타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허정무호에 승선, 정말로 "귀환"했다.
 
한국으로 돌아올때만하더라도 난 늘 반짝 흥행에 그치고마는 K리그에 있어서 "구세주"같은 존재가 될거라 생각했고, 초반에는 어느정도 그러한 듯 보였다. 컵대회에서 대전을 상대로 헤트트릭을 작성, 수원에있어서도 "구세주"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고, 2군경기에 출장해서는 관중석에 난입해 파문을 일으켰다.

관중석난입에 관해서는 국민적으로 동정론이 일어 언론 및 네티즌의 집단구타는 없었지만, 그가 시즌내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때문인지 "안정환은 끝났다"라는 주장에 마침표를 찍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결국 안정환은 수원과 결별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는 친정팀이 부산으로 이적하게 된다.

이 시기의 여론은 일방적으로 그에게 "종말"을 통보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론에 휩쓸려 안정환을 "흘러간 스타" 취급했고, 일부는 그의 과거까지 폄하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축구를 "계속"했고, 부산에서 다시금 그의 진가를 발휘했다. 결국 대표팀에 재발탁,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가 부산을 상위권으로 이끈것도 아니고, 대표팀은 아직 월드컵에 나선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가 출전한 요르단 전은 이기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며 "또 설레발치는구나"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설레발이 아니다. 안정환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저 정도의 선수였다. 그저 당신네들이 잊고있었을 뿐이다.

그는 완벽한 선수는 아닐뿐더러 완벽에 가까운 선수도 아니다. 그는 기복이 심하고, 미적거릴때도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수가 그러하듯 그에게도 "맞는 옷"이 필요하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위치와 동료들이 필요하다. 수원시절에 있어서 수원은 안정환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차범근 감독의 전술은 스피드와 힘을 중시한다. 그리고 볼 배급원을 필요로 한다. 지금의 수원은 어느 루트에서든 효과적인 공격을 뽐낼 수 있지만, 작년의 수원은 그렇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이관우나 백지훈 같은 미드필더들의 후방지원에 의해 골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안정환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섀도우스트라이커이다. 때문에 이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진의 궤적과 겹치는 일이 빈번했고, 호흡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차범근 감독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환의 활용이 좋았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안정환이 완벽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때문에 안정환을 "퇴물"취급하는 것은 아니라고본다.

<방랑의 길을 걷게한 2002년 월드컵, 성배가 아닌 독배였다>


그는 완벽한 선수는 아니지만 평범한 선수도 아니다. 운이 좋아 한/일 월드컵때 반짝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그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는 오히려 지독히 운이 없었던 선수이며 동시에 출중한 실력을 가진 선수다. 그는 암흑기였던 90년대 말 우리나라 축구에 있어 홀로 반짝였던 별이었다. 암흑같았던 IMF시절 이탈리아에 진출해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출전할때마다 멋진 경기를 펼쳤고, 우리에게 잊지못할 영광을 안겨준 그 월드컵때문에 페루자에서 방출당했다. 이후 많은 메이저 클럽들의 오퍼를 받았지만 차례차례 결렬되고, 무적선수로 남아 이 문제때문에 몸값은 불어 결국 세계각지를 방랑하게 되었다. (실제로 블랙번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입단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워크퍼밋과 이적료 문제로 결렬되었다)

<페루지아시절의 안정환, 암흑기에 홀로 빛난 별이었다>


그의 어린시절까지 언급하고 싶진않다. 위인전을 쓰는 것이 아니기에 그의 "축구"만을 이야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선수들은 오래오래 기억되어야만 한다. 차범근이나 황선홍, 홍명보 처럼 전 국민적인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안정환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그는 노력했고 또 잘했다. 그가 어려울때 이 포스트가 쓰여졌으면 좋았겠지만, 그가 지금처럼 사람들앞에 다시 등장했을때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훌륭한 선수다. 선수들에게 비판은 있으되 비난은 없어야 한다. 후일에 화석처럼 그를 기억하지 않도록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귀환에 박수를 보내자. 그의 활약을 기억에 새겨두자.

※ 안정환의 빛나는 플레이들.

 



- 최고평점을 받았다. 세리아 최고의 명문 유벤투스를 상대로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시합 중 몬테이로가 그라운드에 토하는 장면은 백미.
참고 - 주심은 외계인 콜리나, 페루지아에는 마테라치가 있었고 유벤투스에는 지단, 인자기, 반데사르, 코바체비치 등
유명인 들이 즐비하다. 이 또한 감상포인트



- 수 많은 골들. 앞으로도 더 많은 골을 보여줬으면


by 스카이라인 | 2008/06/02 17:31 | Top Coner | 트랙백 | 덧글(0)
지난주 그제 어제 오늘

정말 이런 세상이 다시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5공 이후로 사라졌나 싶었던 언론 통제와

시위강제 진압이라는 권력형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더군다나 피 묻은 군화발로 단상에 올랐던 그 놈들과 달리 국민의 손으로 뽑혀 저 높은 자리에 올랐던

고매하신 대통령님께서 이런 일의 주체가 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치 못했다.

굉장히 고민스럽다.

과거 운동권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나마 접하면서

그나마 이런 세상이 오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과거로 회귀하려는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같이 스크럼을 짜고 목청을 높여야만 할까.

개인적인 욕심과 무관심들을 다 내려놓고

저 거리로 나갈 수 있을까.

.
.
.


이 내가 거리로 나선다면 전에 없이 심각한 상황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부터는 난 너를 대통령이라 생각하지 않겠다.

언제라도 고민없이 거리로 뛰쳐나갈 수 있게.

언제라도 네놈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게.

널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게.

by 스카이라인 | 2008/05/27 11:29 | Hmm.. | 트랙백 | 덧글(0)
정주나 안정주나 늘 정(?)주는...준하의 그것

보기클릭

죽어가던 무한도전에게 새생명을 불어 넣어준 정준하의 그것과

정준하의 용기에 감동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 자세.

어떤 상황이건 누구건 어디 앞이건 간에 당당히 지적해주는 저 소신있는 방송태도.

무한도전 곧 시청률 회춘하리라 본다.

정말 방송사를 다룰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될 것이고, 향후 10년간은 정준하 얼굴에 똥칠할 수 있을만한

대형 홈런이다.

비거리는 측정불가. 이미 타구는 관측불능이다.

노홍철 정준하 생유.

태호피디 생유.
by 스카이라인 | 2008/05/27 11:10 | 트랙백 | 덧글(2)
우리나라 게임계의 보물 "손노리"

게임을 전공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한때 게임산업에 종사하겠노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컴퓨터가 아주 후졌음에도 불구하고 PC파워니 PC PLAYER, 게임피아 같은 잡지를 달달이 구입하곤 했었다.
당시에는 하드웨어의 발전속도가 엄청나서 (정말 엄청났었다 1년 새에 CPU클럭이 2배 가까이 올라갔으니;;)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93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게임들이 내 손과 눈을 거쳐갔다.
특히 96년부터 99년은 정말 엄청난 양의 게임이 발매되었고 수많은 명작들도 그 사이에 태어났다.

이때 나를 사로잡은 게임은 단 하나. "포가튼사가"였다. 놀랄만한 자유도와 풍부한 이벤트, 유머들은 많은 버그와 상대적으로 조악한 그래픽들에도 불구하고 포가튼 사가를 당대 최고의 게임으로 군림하게 했다. 나 역시 이러한 포가튼사가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손노리" 라는 제작사에게 관심을 갖게되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포가튼사가>



손노리는 이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대한민국 게임계에서는 알아주는 제작사였다.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는 특별한 어떤 것에 붙는 특별한 것들인데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이 범상치 않은 수식어를 동시에 거느리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RPG로 탄생했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공히 최고의 게임이 된것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제작 당시에는 동호인 제작의 형태가 두드러졌던것이 이후 "다크사이드 스토리"와 "포가튼 사가"를 거치며
회사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고 이후 강철제국, 화이트 데이, 악튜러스 등 발표하는 게임마다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을 끝으로 패키지 게임의 제작을 중단, 이후로 암흑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손노리 최후의 패키지 게임, 어스토니시아스토리 R>



패키지사업의 종료는 다른 게임업체들의 이유와 다르지 않다. 불법복제로 인한 수익성의 문제이다. 화이트데이나 악튜러스의 경우에는 넘쳐나는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와레즈"때문에 "팬은 있으나 구매자는 없는" 요상한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나 시기가 대기업도 나자빠졌던 IMF이후였으므로 그 타격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차라리 게임성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도래했다면야 자연스레 여겼을테지만, 그 재미는 인정받은 상황에서 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없다면 당사자들이 받은 상처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본다면 인터넷의 보급이 손노리를 위시한 패키지 왕국의 종말을 부추겼다. 와레즈도 인터넷관련 법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용량도 너끈히 내려받을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때문에 생겨났다고 해도 무방하고, 실제로 PC통신 시절에는 요금과 속도 / 시간의 문제로 이러한 불법배포가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또 리니지를 필두로한 온라인 게임의 보급이 패키지라는 닫힌 형태의 게임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첨병역할을 했기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손노리가 이러한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손노리의 게임철학자체가 온라인에 부합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온라인 게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게임 자체가 스토리텔링에 의지하기 보다는 시스템적인 측면 즉, 레벨업이나 아이템 같은 게임 부수적인 요소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면 패키지는 책을 읽어내려가듯 이야기의 흐름을 타고 진행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장르라도 이러한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손노리는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이야기 본질적인 재미에 충실했고 강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변변찮은 실적으로 그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의 손노리는 사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하나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가지 플랫폼 (PSP, GP32, 모바일 등) 으로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지만 신작은 없고 "우려먹기"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야심차게 내놓았던 몇몇 온라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팡야나 몇몇 성공했던 게임들도 핵심스탭들이 분가해 저작권을 가지고 떠나면서 실로 참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조만간 NDS로 신작이 출시되고 PSP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가 발매된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함께 누렸던 사람으로서는 꽤나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들의 고충을 대변한 캐릭터 패스맨, 포가튼사가 (좌), 악튜러스(우)>



이상이 손노리의 과거와 현실이다. 불법복제때문에 머리가 커진 패스맨이나 손노리군 같은 캐릭터를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나는 손노리를 우리나라 게임계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진심이다. 우리나라 게임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들의 역량을 보더라도 그렇고, 그들의 서비스 정신과 선구자적 기질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들의 게임은 유저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패스맨이 그러하고 포가튼사가의 제작에 쏟아부은 2년의 기간도 그러하다. 어스토니시아나 포가튼사가를 플레이해보면 그들이 게임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 많은 패러디와 오마주가 가득하고 어이없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만들어낸 모든 게임들은 한국이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나올수 없는 열매들이다. 어스토니시아의 탄탄한 스토리가 그것을 반증하고 포가튼 사가의 자유로움이 증명한다. 비록 유저들로부터 상처입은 그들이라 할지라도. 생계가 중요한, 먹고사는 일이 바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가진 자유분방함과 재능을 다시 유저들에게 보여 주었으면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 사족을 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온라인도 좋지만 콘솔게임에 주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콘솔도 PC만큼이나 많은 보급이 이루어져있고, 손노리의 역량을 펼쳐보이기에는 이보다 좋은 무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PSP나 NDS같은 기종에 이미 진출했으니 그 터에서 맘껏 나래를 펼처보았으면 한다.

<PSP 어스토니시아스토리 2 프로모션 영상>




* 이미지 파일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구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듯 해서 출저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by 스카이라인 | 2008/05/26 21:44 | All about It | 트랙백 | 덧글(2)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많은 축구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축구관련 외국서들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양질의 서적들을 짧은 영어지식에 힘들어하며 읽을 일이 줄어 참 좋다. 하지만 "월드컵 뒷 이야기"니하는 식의 축구는 없고 돈욕심에 이용당한 이상한 애국심만 가득한, 안구를 들이대기에도 괴로운 책들도 쏟아져나와 아쉽기도 하다. 

"축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많은 책들 중에 정말 "축구"를 담고있는 책은 몇이나 될까?
축구 그 자체에도 많은 면들이 존재한다. 선수로서의 축구, 보는 사람으로서의 축구,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축구, 과학으로서의 축구 등등등..책이야 읽는 사람의 관심사나 성격에 따라 그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그 어떤 사람이 읽어도 재밌고 즐거운 책 한권.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이다.

닉 혼비의 "피버피치"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축구 그 빛과 그림자"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 찬미로 가득 찬 책들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써낸 베스트셀러들이지만, 사실 "우리 팀"이라는 연고의식이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희박한 우리의 현실에서 축구에 대한 유별난 사랑이 없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다소 강한 어조의 책들이다. 보는 동안 큰 공감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은 한국인에 정서에 꼭 맞는 느낌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축구에대해 유별난 사랑이 없는 일반인들이 이런 종류의 책들을 기피하는건 이 책이나 저런 책들이나 매 한가지이겠지만, 축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축구의 진정한 재미로 인도해 주는 책이랄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그대로 글쓴이가 유럽에서 머물며 느낀 유럽인들의 축구사랑과 문화, 자질구레한 경험담등을 담아 놓은 책이다. 글쓴이 서형욱이 영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유럽의 여러나라를 돌며 느낀 축구의 향취를 같이 맛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암표 구하는 법"이라던지 펍(PUB)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 또 경기장 꼭대기 구석에서 보는 축구의 재미라던지. 필자의 경험에 의거한 이 많은 이야기들이 책을 채우고 있다. 세계인이 동경하는 유럽이라는 큰 무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은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를 안겨다 준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게 도대체 "축구"의 재미와 뭐가 관련이 있냐며 반문할지 모른다.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거나 축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입문서역할을 할 만한 책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저 위에서 언급한 책들은 축구서적에 있어서는 바이블로 통할 만큼 세계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제 축구에 대해 눈을 끈 사람들은 예전의 이야기 보다 "지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에우제비오나 토니 애덤스같은 흘러간 스타가 아니라 반 니스텔루이나 라울, 피구 같은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공감"이라는 것은 책을 읽는데에 있어 가장 큰 재미거리가 아니던가.

출간된지 얼마가 지난 시점이라 책 자체의 시간은 이미 흘러가버린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학생이던 필자는 방송에서 해외축구의 해설을 하고 있고, 책에 나오는 몇몇 선수들은 은퇴하고, 몇몇 구단은 2부나 3부로 추락해버렸다. 하지만 가깝게는 안정환, 멀게 보자면 차범근으로 촉발된 유럽리그에 대한 관심은 박지성에 이르러 폭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축구에대한 관심과 동경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어제만 하더라도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여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밤잠을 설친 우리들이 아닌가. 인터넷 기사나 칼럼으로는 확인 할 수 없는 유럽축구의 현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봐야만 한다. 언젠가 올드트래포드나 누 캄프에서 욕설을 퍼붓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by 스카이라인 | 2008/05/23 16:06 | Book Stor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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